방랑 도시농부는 몇 년 전부터 현재 거주 중인 곳과 차로 40~50분 거리에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도시에서 일을 하고 주말이면 시골로 가 텃밭도 가꾸고 나무도 심고 고기도 구워 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도시 생활에 염증이 느껴지고 “시골에서 살아보자”라는 마음이 커져 귀농 귀촌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한 번도 시골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방랑이는 도시농부가 아닌 시골 농부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는 중입니다.
아직 귀농을 할지 귀촌을 할지 아니면 계속해서 도시농부로 살아갈지 결정을 못 했지만 귀농 귀촌 절차에 대해 좀 자세히 알아보고 과연 내가 가능한지 판단도 해보려 합니다.
차근차근 알아보는 귀농 귀촌 절차 7 단계
귀농귀촌종합센터인 그린대로 사이트에는 다양한 정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양이 너무 방대해 하나씩 정리해보려 합니다. 성공적인 귀농을 위한 7단계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기준과 달라 순서를 바꿔봤습니다. 만약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정해놓은 단계가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 해보시면 됩니다.
첫 번째, 가족들과 충분한 상의
귀농 귀촌을 혼자 한다면 이 단계는 생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배우자가 있고 자녀들이 있다면 무조건 가족과 상의가 먼저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시골에 집을 알아보고 키워보고 싶은 작물에 대해 공부하고 교육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현재 함께 살고 있는 가족들이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귀농이든 귀촌이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의 1순위는 가족들과의 상의였고, 현재 저의 가족은 제 생각과 같이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다였습니다.
나 홀로 귀농/귀촌이 아니라면 가족과 충분히 상의를 거치셔야 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먼저 정착하여 자리를 잡는 것도 좋지만 가족들과 함께했을 때 더욱 힘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독단적으로 가족들과 상의 없이 결정하여 귀농/귀촌을 했을 때 정착에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말에 한 번씩 내려가 맑은 공기와 청명한 자연을 바라보며 힐링하는 것과 시골에 정착하여 산다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면 소재지 인근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면 주변에 마트 하나 없는 곳도 많고 장을 보러 가려면 차로 20~30분은 가야 하는 곳도 많으며 갑자기 몸이 아파도 응급실을 찾아 인접 도시까지 가야 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또한 자녀가 저학년이라면 그나마 덜 하겠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이라면 교육에 대한 부분도 따져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충분히 가족들과 상의해 보시고 가족이 함께 결정한 후 귀농/귀촌을 하셔야 합니다.
두 번째, 귀농 귀촌 정보 수집
도시농부는 주말에 놀러도 가고 텃밭에 쌈 채소도 길러 먹어나 봤지 실제 시골에서의 삶은 어떤지 전혀 모릅니다. 단순히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아닌 생활 환경을 모두 바꿔야 하고 돈벌이도 해야 합니다. 시골가서 살고싶다 라는 생각만 있을 뿐 어떻게 경제활동을 해야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 중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지인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때 도움을 받아야 할 곳이 귀농귀촌종합센터, 농업농촌 관련 기관들, 각종 농촌 박람회 등을 참석해서 정보를 얻고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세 번째, 어디에 정착할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귀농귀촌 절차중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계입니다.
무작정 아무 지역이나 들어가서 살 수는 없는 법이니 나와 가족들 모두 좋아할 만한 곳으로 귀농 귀촌 지역을 정해야 합니다. 주변 인프라(병원, 마트, 학교 등)도 살펴봐야 하고 지역색은 어떤지도 봐야 합니다.
또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정착 지원금 여부입니다. 대부분의 시골에서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도시에서 귀농을 할 경우 정착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주는데 지역별로 이 금액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해서 이주 지역을 결정해야 합니다.
네 번째, 영농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통해 계속해서 영농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영농이라는 말의 뜻이 “농업을 경영한다”인데 단순히 시골에서 작물을 키우면 누군가 사 가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덜컥 저지르는 분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귀농귀촌지원센터의 멘토/멘티 제도를 통해 귀농하여 성공적으로 시골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고 어떻게 정착하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온라인 교육은 물론 시골 농가와 연계하여 영농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 농업을 이어갈 작물을 결정합니다.
작물을 결정할 단계라면 이미 많은 생각들이 정리되었을 겁니다. 이제 생산할 작물을 결정해야 하는 단계인데 한번 시작하면 쉽게 바꾸지 못하고 최소 일년 이상은 돈과 시간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결정합니다.
지역마다 특산물들이 있는데, 지역의 특산물을 선정하게 되면 기존 판로가 있기 때문에 접근이 수월할 수 있습니다. 청양의 구기자나 의성 마늘, 청송 사과 상주 곳감 등 먼저 내가 정착하려는 곳의 특산물이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해 보는것도 좋습니다.
요즘은 나무를 키워 판매하는 것도 많이 하기 때문에 나무 농장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여섯 번째, 거주할 집과 농지 확인
귀농/귀촌을 결심하는 분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분들입니다. 그래서 캠핑을 하면서 느꼈던 자연의 모습이나 펜션 같은 숙소에서 느꼈던 것들이 시골 생활에 전부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에서도 주택에 산다는 건 생각보다 아주 번거롭고 관리를 해야 할 부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어 생활하다 다시 아파트로 가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시골의 주택은 도시의 여느 집들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거주하려고 하는 곳이 상/하수도 공사가 안 되어 있어 지하수를 사용해야 하는 일도 있고, 밤이면 마주치는 고라니 같은 동물들은 애교이고 갑자기 나타나는 뱀들은 정말 당혹스러운 순간들입니다.
그리고 큰 집을 선호해서 큰 평수의 주택을 사거 짓는다면 한겨울 몇백만 원의 난방비 폭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여름에는 어디서 들어온 건지도 모를 온갖 벌레들이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을 테고 뽑아도 다음날이면 다시 자라는 잡초 때문에 시골 생활에 대한 로망이 다 사라져 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시골에 가면 마당에 콘크리트 포장을 해버리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농사지을 땅 역시 욕심에 크게 시작했다 골병만 들어 버리는 경우도 많으니 몇 년 적응하는 시기를 꼭 갖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치가 어디까지인지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대도시와 바로 인접한 시골의 땅들은 그나마 거래가 잘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골의 땅들은 다시 파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내 땅을 사서 농사를 지어도 좋겠지만 가능하다면 농지 임대 제도를 통해 시작을 해보고 그 후 땅을 사도 늦지 않습니다.
가장 추천 하는 것은 일이 년 정도 작게 주말농장을 하면서 작게 농사도 지어보고 사계절을 시골에서 생활해 보시면 내가 시골 생활이 맞는지 아닌지도 알아볼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일 번째, 영농 계획 수립
작은 텃밭에 상추를 심어 수확하기까지도 4개월 이상이 걸립니다. 물론 아주 잘 자란 모종을 심어 기른다면 그 시간이 단축되겠지만 대부분의 작물은 실제로 상품 가치가 있는 상태까지 기르려면 아주 짧게는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시간이 걸리게 마련입니다.
빠듯한 자금을 준비하여 시골에 정착할 때 농사는 농사대로 수입이 안 되어 인접 도시에서 일을 하거나 하여 몇 년간 고생하며 생활비를 마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무턱대고 유튜브나 언론 매체에 특정 작물이 소득이 높다고 하여 계획 없이 접근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기에 영농 계획을 세울 때 처음에는 가격변동이 적고 고도의 영농 기술이 필요치 않으며 자본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작물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도심지에서 50여 분 거리에 있는 주말농장을 3년째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도 시골 생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소득 생활인 것 같습니다.
과연 내가 시골에서 돈벌이를 잘할 수 있을까?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갔을 때 다시 경제활동을 잘 할 수 있을까?
단순히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아닌 기존 생활 방식과 경제활동 방식을 모조리 바꿔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귀농 귀촌 절차를 잘 따져보시고 충분히 고민하셔서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지자체에서 귀농 귀촌 절차들을 지원해 주는 경우도 많고 좋은 정책들도 많이 있으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